🛌 8편. 현대 치료법 │ 양압기(CPAP), 약물, 행동치료

 

수면장애, 치료가 꼭 필요할까?

“그냥 피곤해서 못 자는 거지, 치료까지 받을 필요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불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입니다. 치료를 미루면 고혈압, 당뇨, 심장병,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현대 의학은 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양압기(CPAP): 수면무호흡증의 대표 치료

가장 널리 알려진 치료법은 **지속적 양압기(CPAP,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입니다. 잠을 자는 동안 코에 마스크를 착용해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불어넣어, 막힌 기도를 열어주는 원리입니다.

  • 장점: 무호흡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혈압 안정화, 낮 졸음 해소,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에 탁월합니다.

  • 단점: 초기에는 마스크 착용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응하면 효과가 확실해 꾸준히 사용하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실제로 양압기를 사용한 환자들은 “수십 년 만에 아침이 개운하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약물 치료: 필요할 때 신중하게

불면증 환자에게는 단기적으로 수면제가 처방되기도 합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이나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은 의존성과 부작용 위험이 있습니다.

  • 올바른 사용법: 의사의 처방에 따라 최소 기간, 최소 용량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보조적 역할: 수면제를 주 치료법으로 삼기보다는, 다른 치료(행동요법, 환경 조정)와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근에는 멜라토닌 보충제 같은 비교적 안전한 대체제도 사용되지만, 효과는 개인차가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I): 불면증의 근본적 해결책

약물보다 더 근본적인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지행동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 )**입니다.

  • 인지적 접근: “나는 절대 잠을 못 잔다” 같은 부정적 생각을 교정합니다.

  • 행동적 접근: 침대에서 오랫동안 뒤척이지 않고, 일정한 수면·기상 시간을 지키는 습관을 형성합니다.

  • 자극 조절: 침대는 오직 ‘잠자는 공간’으로만 사용하게 하여 뇌가 침대를 수면 신호로 인식하도록 합니다.

미국수면학회에서는 불면증의 1차 치료로 약물보다 CBT-I를 권장합니다. 약물은 끊으면 재발하기 쉽지만, CBT-I는 생활 습관 자체를 바꾸기 때문에 효과가 오래 유지됩니다.

수술적 치료와 보조 기기

중증의 코골이나 해부학적 문제로 기도가 좁아진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편도 비대, 코 구조 이상, 하악 구조 문제 등이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또한 **구강내 장치(마우스피스)**는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 기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경증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효과적입니다.

생활 습관 병행의 중요성

아무리 좋은 치료법도 생활습관 개선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치료와 함께 다음 습관을 병행하면 효과가 배가됩니다.

  • 체중 감량: 체지방이 줄면 기도 압박이 완화됩니다.

  • 금주: 술은 기도 근육을 이완시켜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 규칙적인 운동: 낮 시간 활동은 숙면을 유도합니다.

  • 올바른 수면 위생: 조명·온도·습관 관리가 필수입니다.

사람 냄새 나는 사례

40대 여성 B씨는 몇 달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다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효과가 있었지만 점점 약이 없으면 잠을 못 이루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병원을 찾아 CBT-I를 시작했고, 3개월 만에 약을 끊고 숙면을 회복했습니다. 그녀는 “잠이 제 삶을 다시 되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50대 남성은 심한 수면무호흡증으로 아침마다 두통과 피로에 시달렸습니다. 양압기를 사용한 첫날, 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작은 기기가 그의 삶의 질을 완전히 바꾼 것입니다.

마무리 │ 현대 의학이 만든 ‘숙면의 무기들’

수면 문제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건강을 무너뜨리는 원인입니다. 다행히 현대 의학은 양압기, 약물,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무기를 우리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중요한 건,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전문가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에서는 수면과 정신 건강의 연결, 그리고 웨어러블과 AI를 통한 미래 수면 관리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잠을 되찾는 것은 곧 삶을 되찾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