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편. 수면 클리닉의 역할 │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란?

 

왜 병원에서 잠을 자야 할까?

“잠은 집에서 자는 건데, 병원에서까지 잘 필요가 있나요?” 이런 의문을 가지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수면 장애는 본인이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는 “나는 그냥 잠이 얕은 편”이라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호흡이 수십 차례 멈추거나 깊은 잠에 전혀 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PSG)**입니다.


수면다원검사란 무엇인가

수면다원검사는 잠자는 동안 뇌와 몸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기록하는 검사입니다. 이름 그대로 여러 가지(多元)의 생체 신호를 동시에(多元) 측정합니다.

  • 뇌파(EEG): 수면 단계(얕은 잠, 깊은 잠, 렘수면)를 확인

  • 심전도(ECG): 심장의 리듬과 이상 여부 확인

  • 호흡 센서: 코와 입을 통한 공기 흐름, 가슴·복부 움직임 기록

  • 산소포화도(SpO₂): 혈액 내 산소 농도 확인

  • 근전도(EMG): 턱·다리 근육의 움직임 감지

  • 안구운동(EOG): 렘수면 시 나타나는 눈동자 움직임 기록

이 모든 데이터를 밤새 수집해, 한눈에 보기 어려운 수면 상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합니다.


검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

  1. 저녁에 입실: 환자는 병원 수면센터에 마련된 전용 수면실에 들어갑니다.

  2. 센서 부착: 머리, 가슴, 다리, 얼굴 등에 센서를 붙입니다. 보기엔 복잡해 보여도 통증은 없습니다.

  3. 평소처럼 수면: 환자는 병원 침대에서 하룻밤을 잡니다. 간호사가 모니터링하며 이상 신호가 있는지 관찰합니다.

  4. 데이터 분석: 다음 날 아침, 전문의가 데이터를 확인해 수면 장애 여부와 중증도를 평가합니다.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

  • 심한 코골이와 호흡 중단: 배우자가 “숨이 멎는 것 같다”고 말할 때

  • 심한 불면증: 약물 치료에도 효과가 없을 때

  • 낮에 졸음이 심한 경우: 운전 중, 회의 중 졸음이 쏟아질 때

  • 렘수면 행동장애 의심: 꿈을 꾸면서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경우

  • 야간 발작이나 간질 의심: 수면 중 이상 행동이 있을 때


검사 비용과 보험 적용

과거에는 수면다원검사가 고가여서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 일부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환자 부담금은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20만 원 선으로 줄었습니다. 이 검사를 통해 진단이 확정되면, 양압기(CPAP) 같은 치료 기기를 보험 적용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검사 후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수면다원검사 결과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 수면무호흡증: 무호흡 횟수와 산소 저하 정도를 기준으로 치료법 결정

  • 불면증: 실제로는 수면 시간이 충분한 ‘수면 오인증’인지, 진짜 불면증인지 구분 가능

  • 렘수면 행동장애: 뇌질환과 연결된 신호를 조기 발견

결국 이 검사는 단순히 “잠을 잘 잤나 못 잤나”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건강을 좌우할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과정입니다.


사람 냄새 나는 사례

60대 남성 A씨는 늘 아침에 피곤했고, 아내는 그의 코골이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결국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았는데, 밤새 200회 이상의 호흡 중단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양압기 치료를 시작했고, 몇 달 뒤 “30년 만에 아침이 상쾌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검사 하나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죠.


마무리 │ 내 잠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부터

수면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모두가 같은 질의 잠을 자는 것은 아닙니다. 잠을 자도 피곤하다면, 단순한 ‘잠 부족’이 아니라 ‘수면 질환’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도구가 바로 수면다원검사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에서는 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되는 현대적 치료법인지행동치료, 양압기 사용법 등을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숙면은 때로는 생활 습관에서, 때로는 병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용기입니다.